수고하십니다.
사출금형설계 구직자 양성과정 8기 수료자 박O솔입니다.
일본에서 4년제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해외연수 등을 하며, 나름대로 취업에 필요한 조건들을 잘 준비했다고 생각하고 28살에 한국으로 귀국하였습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와 경제 상황은 생각보다 좋지 않았고, ‘문송하다’ 라는 말은 이미 유행이 지나가고 있는 말이 되어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것을 몸으로 체감하고,
처음1부터 다시 시작하기 위해 금속 가공업체에서 현장직을 겸하며 해외영업을 하였습니다. 금속관련 공부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사람을 귀하게 다루지 못하는 기업임에 실망하고, 1년만에 금형제조 회사의 해외영업직으로 이직하였습니다.
저는 이때 면접준비로 이력서를 다듬으며, ‘만약 내게 기술이 있고 그것을 잘 쌓아간다면,
나중에는 지금처럼 어설픈 대우를 해주는 곳에 뽑아 달라고 애원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였고,
자신이 기술 습득에 대한 갈망이 있음을 느끼었습니다.
어느날 문득 사무실에 앉아 있는 자신이,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설계부서 직원들을 부러워하며 바라보고 있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곳에서는 어린 신입에게도 장래에 기회가 올 것임이 그들의 피곤한 얼굴에서도 느껴졌고, 설계 5년, 10년차 인원들의 가치는 영업인 저의 5년, 10년 후의 모습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탄탄한 것이었습니다.
‘내가 가진 고객은 누군가에게 빼앗길 수 있지만, 내가 가진 기술은 누구도 빼앗아 갈 수가 없다.’
이 생각이 완고해 졌을 때, 대원캐드캠디자인직업학교의 김창만 교수님과 만났습니다.
다행히도 토요일에 찾아 뵈어 면담하고, 회사사정을 설명하고, 학교 커리큘럼 이상의 조언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5일 후에 회사를 그만두고, 퇴직금과 남은 저축금으로 수업료와 생활비를 충당하며 반년 가까운 840시간을 투자하였습니다.
주변의 많은 분들이 말씀하셨습니다. ”바보냐. 좀 더 기다리다가 구직자 내일배움카드 나오면 공짜로 들을 수 있는데. 쌩돈 날리지마라.”
만일, 그때 제 생각이 바뀌거나 휘둘렸다면, 장담하건데, 저는 지금의 이 일본계 설계전문 회사의한국지사에 입사할 수 없었습니다.
이곳에 올 수 있게 해준 기회와 사람들은 정확하게 제가 직업학교를 수료할 즈음 찾아왔습니다.
구직자 무료 내일배움카드 기다리겠다고 한 학기가 늦었다면 이런 취업 할 기회를 만날 수 없었습니다.
제가 그것을 기다리지 않고 퇴직금과 저축금을 사용하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시간을 돈으로 살 수 있는 기회’ 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저의 선택의 결과만을 보면 좋은 사람, 좋은 직장, 좋은 미래 등, 인생에 있어서 5일이라는 찰나와도 같은 시간에서의 선택이 너무나 많은 것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남들은 바보라고 했지만, 교수님의 조언과 저의 선택은 정확했습니다.
저는 NX를 배웠지만 현재 회사에서는 솔리드웍스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설계의 근본 개념은 같으니, 차라리 직장에서 솔리드웍스를 사용하게 되면, 2종류의 프로그램을 다룰 수 있게 되는 것이니 오히려 든든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것을 두려워 마시고 긍정적이고 진취적으로 생각하여야 어디에서든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이하는 만 서른살이 되어 직업훈련학교 교육을 받으며 제가 느낀 것들 입니다.
어디에든 1등과 꼴찌는 반드시 존재합니다. 하지만, 신경쓰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상냥한 선생님들보다 엄격한 교수님의 수업이 어려운 것은 당연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옆 사람들과의 격차는 벌어지게 됩니다. 노력을 안 하면 그 격차는 더욱 현저해집니다.
그러니, 자신이 남들보다 부족하고 모르는 것이 있다고 느낀다면, 그것을 일찍이 옆 학우에게 물어보며 배우는 것을 창피해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반년 가까운 짧지 않은 840시간 교육 동안에 그런 쓸데없는 자존심 세우려고 학교에 오신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저도 처음엔 창피하고 자존심 상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쓸데없는 것들은 버리고 직업학교에 온 목적을 생각하셔야 합니다.
다만, 나도 따라 잡겠다는 경쟁심은 본인 뿐만이 아니라 옆에 있는 학우와 모든 수업시간에 동기부여 및 향상심 고취에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직업학교 수료에 관하여서는, 국민이 낸 세금과 직업학교 교직원 분들의 올바른 교육을 통하여 성장하고,
수료 후 성장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과 교육비로 받았던 세금 그이상의 가치를 다시 사회에 환원할 수 있어야 비로소 직업훈련학교 수료를 제대로 마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거창한 말이 아닙니다.
옆 학우가 ‘이런 사람에게 내 세금을 쓴다고?’ 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양심을 가지고 열심히 수업에 매진해야 본인의 가치도 오른다는 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교육과정 중 노력을 해도 안 되고 꼴찌라고 좌절하고 자책할 필요는 없습니다. 각자의 재능과, 담을 수 있는 그릇은 모두가 다른 것 아니겠습니까.
노력, 성실함이 중요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글을 읽으시며 고민하고 계신다면, 그리고 반년의 시간이 여러가지 의미로 힘들 것 같아서 걱정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지금 나의 노력과 함께 반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하여 Skill로 준비된 앞으로의 10년, 30년을 그릴 수 있게 된다면 많이 남는 장사 아니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제대로 된 목표라는 것이 바탕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 반년을 잘 버티어 내고 얼마나 많을 것을 얻어가느냐는 지극히 개인의 그릇과 노력여하에 달려 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본인이 일본 회사에 대해 자주 듣는 질문에 간단한 답을 하고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1. 일본 회사에는 어떻게 들어가는가.
일본어할 줄 알면 당연히 가산 요소가 됩니다. 하지만 꼭 필요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본어 못 하는 분도 현재 같이 일하고 계십니다.
지금까지 제가 면접을 본 일본계 회사 면접관 대부분은 일본인이거나 일본에서 오래 근무한 한국분들이었습니다.
“화려한 경력도, 자격증도 정말로 신경 쓰지 않는다. 면접 시 그 사람의 말, 행동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생활해 왔는지 알게 해준다.
이것은 절대로 숨길 수가 없다. 전 현직 직원을 포함하여 수 없이 겪어왔다. 이제는 이력서가 아니라, 사람을 보면 우리 사람인지 알 수 있다.”
누군가가 원하는 답은 아니었지만, 입사 후 시간이 지나서, 당시 면접관님의 이 대답에는 납득했습니다.
2. 일본 회사는 좋은가.
저는 일을 찾으며 ‘사람, 교육’ 이 두가지가 좋다면, 좀 부족한 급여더라도 나중에 더 큰 목표에 가까워지기에 좋은 일과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급여, 복지를 바란다면 한국에도 더 좋은 회사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미래를 확실히 그릴 수 있는 종류와 범위는 일본계 회사가 좀 더 다양한 것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이상으로 취업 후기를 마칩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저의 시간을 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교수님, 교장선생님, 대원캐드캠디자인직업학교 선생님들, 조만간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